https://news.v.daum.net/v/20190505093849224?f=p
지난 1년 반 동안 동해안에 미사일을 쏘아올리지 않았던 북한이 다시 미사일로 도발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미국이 식량지원이나 제재 해제 등 북한이 원했던 어떠한 요구도 ‘확실한 비핵화 조치’ 이전에 들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일어난 상황이고,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10일 만에 일어난 상황이다. 북한은 그동안 나름대로는 빅딜(CVID등의 관점으로 보면 스몰딜이라고 볼 수도 있다)을 통해 미국과 비핵화 조치와 제재해제를 주고받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통해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지만 제재해제의 키를 쥔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협상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며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나가는데 시간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당장에 인민들에게 약속한 경제적 변화의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통치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지지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마냥 미국이 더 좋은 협상안을 내놓을 때를 기다릴 수만도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늘 ‘우리 민족끼리’를 주장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원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문 대통령도 미국의 동의 없이는 독자적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미국 방문에서 아직은 ‘개성 공단’을 가동하거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때가 아니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을 듣고 왔다.
북한도 이런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외교적 상황을 보면 한국 정부나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당장 보유현금은 고갈되고, 결국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든지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상판을 깨지 않는 선에서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수가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아닐까 싶다.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을 의미하지만, 200km 정도 거리의 단거리 미사일은 길게 보면 남한이나 일본까지가 직접 타격권이다. 그러나 그수단이 ‘미사일’이라는 것으로 미국에게도 지금까지의 협상에 대한 불만과 앞으로의 상황 변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엔 충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러 정상회담 바로 다음 주에 예고없이 이뤄졌다.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때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방식으로 시계추 외교를 했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은 채 경제적으로 압박을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도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결국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로 눈을 돌렸다고도 볼 수 있다. 러시아 또한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러시아는 북한이 가장 갈증을 느끼는 시기에 목을 축여주는 방식의 외교를 해왔고, 이러한 타이밍과 계산법은 러시아 특유의 외교 방식이기도 하다. 푸틴과의 만남 뒤 곧바로 이런 도발을 했다는 사실에서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의 영향이 어떤 식으로 미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이런 군사적 갈등이 촉발되면 때론 남남갈등이 심화하는 남한과는 달리(이번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내부 여론을 집결하는데 이용한다. 아직은 이런 방식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발사모습을 참관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과 발사모습을 세세하게 보도한 북한 언론의 행태를 보면 북한 정권 내부에서 계산했을 내부선전효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이런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지지를 받기도 통제를 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상당한 부작용을 감안하고 이런 식의 도발을 감행한 것은, 러시아가 식량이나 자원을 어느 정도 지원해주기로 약속했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일본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협상을 지연하는 가운데, 러시아, 중국, 일본이 점차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비중을 높여가면서 자연스럽게 협상판이 다자 구도로 짜여질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은 최대한 버티면서, 더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할 기회를 엿볼 것이다.
북한도 당분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힘들겠지만, 미국의 눈치만 보면서 강대국들 사이에서 남북 간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극으로 치닫는 남남갈등의 모습은 참으로 암담한 마음이 들게 한다. 북핵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한 데는 9년 동안 집권하는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해 결국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까지 이르게 한 자신들의 무능력한 외교 정책도 한 몫을 한 게 분명한데, 모든 것을 문재인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자유한국당의 뻔뻔함도 그렇다. 사실 북한도, 우리도 어렵다. 그런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적어도 이러한 외교 난국이 우리끼리 욕한다고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김정은이 쏘아올린 미사일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어린이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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