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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predictable Route/NISSI

是故屈諸侯者以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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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故屈諸侯者以害



최근 조선일보의 논조는 친미와 친재벌이란 키워드로 압축되어 나타난다. ‘친미’와 ‘친재벌’의 입장에서 이재용 구속을 비판하고, 사드 배치를 옹호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그러한 상황 판단이 이 나라를 위해 옳은지다. 


근 20여년 간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삼성의 균열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조짐이 보였다. 3대 세습 과정에서의 편법 재산 승계를 삼성은 금권으로 정치를 매수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장기적이고 지속적 발전을 위해 청사진을 내놓은 적은 없다. 오히려 늘 하던대로 권력과의 친밀함을 이용해 손쉽게 권력을 유지하려다 최순실 사태를 맞아 치명타를 입었다.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존의 경제 성장 공식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몇 개의 대기업의 힘만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내수를 이끌어나갈 수 없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그저 관성에 의해 친재벌, 친삼성 노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또한 살아있는 권력이다. 트럼프는 방위비 증액을 약속하며 최강의 군대를 만들겠다고 공헌한다. 그러나 국방예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다른 데 쓸 돈은 부족해진다. 시리아와 이라크 전을 치르며 미국의 재정이 구멍이 크게 났다. 미국의 불황은 지난 10년 동안의 세계 경기 침체의 주원인이 됐다. 트럼프의 국방비 증액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 안보를 의탁하는 동맹국(이라 쓰고…) 입장에서는 일단 반가울 수 있다. ‘저 튼튼한 군대로 우리 안위를 책임져 주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미국이 아무 대가 없이 우리 안보를 책임져줄 것인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데 말이다. 트럼프는 뛰어난 장사꾼이고, 우리의 허약하고 대책없는 안보를 강한 군대로 메꿔주는 대신 더 큰 조공을 원할 게 틀림없다. 물론 그 방식은 한국인들이 표면적으로는 알기 어렵고 교묘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경제를 중국에 훨씬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중국이 무역보복을 하거나,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끊기면 우리 경제는 미사일을 맞은 것과 같은 큰 타격을 입는다. 


'是故屈諸侯者以害' 손자병법의 8편 구변 편에는 제후를 굴복시킴에는 해(害)로써 한다는 말이 있다. 중국은 당장 우리에게 경제적인 타격을 줌으로써 우리 정치를 굴복시킬 힘이 있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더라도 부족하지만 조선일보는 관성에 의해 무턱대고 ‘친미’라는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 


무비판적인 친미, 친재벌적 행위의 대가는 국민에게 직접적 해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저 몇백명 규모의 신문사가 이토록 국민들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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