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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predictable Route/NISSI

김정은은 정말 빈손으로 하노이를 떠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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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절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첫째로, 북한의 오랜 숙원이자, 경제제재 해제보다도 우선한 당면 목표인 ‘한미연합훈련’중단이란 결과물을 얻어냈다. 남한의 보수언론이 빈손으로 돌아간다느니 회담결렬을 실패로 보도하고 있을 때 트럼프는 하노이 기자회견(https://youtu.be/bHc5aDgzbiw)에서 전혀 다른 뉘앙스의 말을 하고 있었다. 먼저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을 것을 믿는다면서, 앞으로 협상은 계속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신뢰관계가 더욱 굳건해졌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번 협상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지만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점은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극도의 예우를 갖춘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또한 명백하게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줬고 결국 며칠 뒤 이 말은 사실로 확인됐다(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10669413&isYeonhapFlash=Y&rc=N). 웜비어에 대한 질문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말로 보호했다. 자국의 여론(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1/2019030101838.html)을 생각하면 김정은을 두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태도는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에 대한 신뢰를 공고하게 해줄 수 있다. 


       물론 미국도 원하는 것을 얻었다. 트럼프의 기자회견에 이어 이어 북한의 심야 기자회견(https://www.youtube.com/watch?v=uZ0H9zqEnNA)도 북한은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매우 정제된 단어를 사용했다. 앞으로의 협상을 염두해둔 발언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협상의 지속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자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핵시설과 핵무기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무엇과 교환할 것인가에 대해 이번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확인한 것(볼턴 "트럼프, 김정은에 비핵화 요구 담은 '빅딜' 문서 건넸다"(종합2보): https://news.v.daum.net/v/20190304034533779)을 바탕으로 고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과 회담이 틀어질 가능성에 대비한 독자 노선 또한 고민할 것이다. 


      둘째로, 북한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싱가포르에 이어 상당히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세계 최강대국의 최고지도자와 이틀이나 단독 회담을 했으니 북한 내부에서의 홍보 효과는 당연한 것이고, 한국 언론또한 최근 문재인 대통령보다도 김정은에 대한 뉴스를 더욱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김정은은 싱가포르에 이어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 그 어느 정상도 받지 못할 정도의 예우를 받으며 단독 회담과 만찬 및 오찬을 함께 했다. 그 사실 만으로도 자신의 입지를 전 세계에 상당히 공고하게 알린 셈이다. 이런 장면은 특히 김정은을 하대하던 수많은 남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장면이었음에 분명하다. 남한의 메이저 언론사들이 이틀 넘게 온통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보도하는데 집중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 기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사실상 한국의 정치권은 찬밥 신세에 불과하다. 정상회담은 합의 도출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이 미국과 담판을 지으면서 한반도에서 헤게모니를 얻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 대해 한국 정부가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왜 고생스럽게 기차를 타고 베트남까지 갔을까 의아해했을 것이다. 김정은을 실은 전용열차는 정체없이 평양으로 돌아가고 있다(https://news.v.daum.net/v/20190304030709493). 이 열차는 길이가 무려 17량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https://namu.wiki/w/태양호)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에서 이 열차를 비워서 보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베트남에서 오랜 사회주의 우방(사실상 전 세계에 몇 남지 않은)인 북한에 열차에 가득가득 선물보따리를 채워서 김정은을 보내지 않았을까. 만약 뭔가를 건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가장 김정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채워줬을 것이다. 

     김정은이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치더라도 잃은 게 무엇인가? 시간? 돈? 베트남 정부는 회담에 관한 모든 비용을 기꺼이 다 지불했을 것이다.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김정은은 많은 것을 얻은 채로 돌아간다. 다각도로 현상을 파악하지 않으면 눈뜨고도 장님이 될 수 있다. 예전만 해도 '김정은'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던 한국의 방송들이 요즘들어 꼭 '위원장'칭호를 붙이는 것만 봐도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한반도의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달라진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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