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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predictable Route/NISSI

삼성동 부지 매입과 사옥 건설,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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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 컨소시엄의 삼성동 부지 매입비용은 10조 5500억원이다. 거기에 서울시에 1조 7030억원 가량의 기부채납금(공공기여금)을 내기로 했다. 그저 땅값만으로 11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 애초 이 땅의 감정가는 3조 3000억원 정도였다. 감정가 3배가 넘는 돈으로 낙찰을 받은 셈인데 잘 알려졌다시피 이 투자결정 이후 현대차의 주가는 폭락했다. 주가 폭락은 당연한 결과다. 


도대체 왜 자동차 회사가 공장부지도 아니고, 새로운 자동차 개발을 위한 R&D 투자도 아니고, 신성장동력을 이끌 인재 확보도 아닌, 그 자체로는 자동차 생산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10조가 넘는 돈을 쓴단 말인가. 

디트로이트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GM이 맨해튼 타임스퀘어 광장 한 복판에 100층 짜리 건물을 올리려고 부지 매입에 10조를 썼다고 치자. 호텔도 짓고, 본사 건물로도 쓰고, 전시관으로도 쓸 예정이라고 하자. 당연히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왜 맨해튼에 호텔을 지으려고 하며, 본사 건물은 왜 그렇게 비싸고 복잡한 곳에 지어야 하며, 전시관이 뭐가 그리 필요하단 말인가. 자동차라는 건 도로에서 많이 굴러다닐수록 그 자체로 전시효과가 있다. 성능과 디자인이 좋은 차를 만들어서 최대한 많이 팔면 될 것을 왜 차 한대 못 만들 땅을 사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쓴단 말인가. 

삼성동 부지 면적 정도는 양재 사옥 근처만 가도 널리고 널렸다. 그 근처면 아마 1000억도 안 되는 돈에 충분히 매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예 현대가 수도권이나 지방에 본사를 이전했다면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됐을 테고, 삼성동에 투자할 때보다 훨씬 싼 값에 지방 자체를 완전히 혁신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하고도 남을 돈이다. 사옥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 지역에 본사 사원을 위한 고급 아파트 단지나, 학교, 문화시설을 충분히 짓는다 해도 10조는까지는 결코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중국에 세운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기지 건설에 2조 가량이 들었다고 한다. 삼성동 땅값이었으면 적어도 국내 5개 도시를 살려놓을 수준의 개발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자동차 회사라면 여유자금은 자동차 생산에 집중하는 게 옳다. 그것이 미래에 대한 현명하 투자다. 현대차가 세계 정상의 자동차 메이커도 아니고, 아직 성능이나 품질, 디자인, 브랜드 면에서도 1류는 아니다. 현대는 도요타가 미국시장에서 잠시 주춤한 사이 반사이익으로 반짝 성장한 뒤 도요타의 재도약에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도 떨어지는 추세다. 오로지 주력 상품인 '자동차'에 집중해서 더 좋은 차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도 모자를 판에 10조가 넘는 돈을 그저 노른자위 땅에 보기 좋은 건물 한 채 올리려고 쓴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돈으로 도요타를 비롯해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를 능가하기 위해 R&D센터나 공장을 짓는데 투자했다면 상당한 고용창출효과를 냈을 것이고, 기업에 대한 평판과 인지도 또한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내수 시장을 살리는 데도 상당한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주력 상품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는 현대차 그룹의 미래를 보장해줄 사실상 유일한 선택일 텐데, 어찌된 일인지 정몽구 회장은 그 많은 돈을 강남구에 땅을 사는데 투자했다. 8학군에서 키울 애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현대차 그룹의 '애'는 자동차이며, 자동차는 굳이 강남에서 키울 필요가 없다. 

100층이 넘는 사옥을 지으려 삼성동 부지를 매입한 정몽구 회장의 결정은 기업 내 회장의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제어할 그 누군가도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회장의 과시욕을 빼면 남을 게 없는 결정이다. 현대차에게 필요한 건 과시욕이 아니라 철저히 실용과 도전정신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왕회장이 남긴 기업가정신의 핵심 아니었던가. 가뜩이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 재계 2위의 대기업이 온 국민이 차를 사준 덕에 모아놓은 사내유보금으로 한다는 게 고작 강남에 땅투기다. 현대차의 미래가 그저 암울하다. 이런 회사가 재계 2위의 대기업이다. 이 나라의 미래마저 어두워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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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v.auto.daum.net/v/2018031606300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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