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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predictable Route/NISSI

삼성공화국 총수의 성매매, 이 나라와는 상관 없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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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동영상 유출로 놀란 건 재벌 회장의 성매매 사실 그 자체가 아니었다. 이미 그것보다 더한 얘기도 숱하게 들어왔고, 오히려 깨끗하면 이상할 거라 생각해왔던 터였다. 놀라운 건 팩트를 다루는 주요(메이저라 일컬어지는) 언론들의 태도다. 이번 사건에서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주요 언론사들은 회장님의 사생활이 추악한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했다.청와대 주요 인사, 혹은 대통령의 동영상이 드러났다면 아마 언론의 보도태도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삼성은 언론사들의 최대 광고주다. IMF 이후로 재벌 구조가 삼성과 현대 양강 구도로 재편된 이후로 많게는 50% 이상의 매출을 책임져주는 확실한 돈줄이다. 범삼성가는 언론사들 입장에서 보면 1년에 굵직한 광고 몇 개 주지 못하는 한진과 같은 재벌과는 격이 다르고, 급이 다르다. 조현아의 땅콩회항당시 물고 뜯던 주요 언론의 모습을 이건희 동영상 파문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건 거대 자본 앞에 철저히 개가 되어 버린 대한민국 언론의 현 주소를 극명히 드러낸다.

 

삼성과 연을 끊을 각오를 하고, 광고를 못 받을 각오를 하고 보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언론은 없었다. 가뜩이나 기존 언론의 미래는 불투명한데 광고매출이 반 토막나면 당장 몇 년을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언론사를 경영하는 누구라도 한 번 눈감아주고 생존을 택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니 그건 상식이다. 실제로 삼성이 각 언론사에 보도하지 말라는 경고성 전화를 돌렸다는 소문이 뉴스타파 보도 후 바로 돌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아니 상식대로 모두들 입을 닫았다.

 

이건희 동영상 관련 기사는 댓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삼성의 댓글 알바도 있을 수 있겠지만, 네티즌의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보통이라면 언론사들의 굵직한 기사들을 터트릴만한 야마(주제, 이슈)들이 수천 개씩 달린 댓글 곳곳에 있다. 물론 언론사들은 그런 야마로 괜찮은 기사를 수도 없이 써낼 수 있으리란 걸 알면서도 쓰지 못하고 있다. 네티즌도 알고 쓰는 얘기를 기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말할 수 없는 이 현실은 밥벌이의 어려움, 혹은 냉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요한 건 역시나 밥벌이다.

 

대한민국 밥벌이를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이 독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노동자 몇 만, 몇 십 만 명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언론사들의 밥벌이까지 삼성이 실은 도맡아하고 있었다. 그 삼성을 좌지우지하는 제왕이, 총수란 사람이 바로 이건희였다. 그는 비밀스럽게 도심 한 가운데 성 같은 대저택을 지어놓고는 젊은 여자들을 데려다 시시때때로 성매매를 일삼았다. 삼성은 회장의 사생활일 뿐 기업과 무관하므로 할말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런 사람에게, 이런 사람의 아들에게 우리는 밥벌이를 계속 맡겨둬도 괜찮을까. 밥벌이라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닐진대.     

 


 

[이철호의 시시각각] 재벌은 어떻게 해체될 것인가

http://news.joins.com/article/203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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